티스토리 뷰

서울에서 차로 최소 4시간 반. 솔직히 말하면 그 거리가 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러다 남해 사진 한 장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산과 바다가 한 프레임에 담기는 풍경, 이탈리아 포지타노나 프랑스 코트다쥐르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될 만큼 그 자체로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보리암과 죽방멸치, 팩트로 보는 남해
남해에서 제일 먼저 찾아가게 되는 곳이 보리암인데, 과연 그럴 만합니다. 보리암은 경남 남해군 금산(錦山) 정상 가까이 자리한 사찰로, 해발 681m에 위치합니다. 여기서 금산이란 비단처럼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백일 기도를 올린 뒤 소원을 이루고 나서 다시 찾아 감사 기도를 드렸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곳입니다(출처: 남해군청). 가파른 산길을 올라 정상에 서면 눈앞에 다도해(多島海)가 펼쳐집니다. 다도해란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 위에 흩어져 있는 지형을 뜻하는데, 남해는 그 다도해 경관이 특히 아름다운 곳으로 꼽힙니다. 제가 직접 사진으로 봤을 때도 산 능선 너머로 쪽빛 바다가 겹쳐 보이는 구도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이 예상보다 꽤 가파릅니다. 무릎이나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왕복 코스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내려오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더군요. 그래도 올라간 보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산 아래로 이어지는 바다 풍경은 어디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구도입니다.
남해의 먹거리 이야기를 빼면 절반만 말한 셈입니다. 그중에서도 죽방멸치(竹防鰮)는 제가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뭔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남해의 대표 특산물이었습니다. 죽방멸치란 조류가 빠른 물목에 대나무 발을 세워 만든 전통 어구인 죽방렴(竹防簾)으로 잡은 멸치를 말합니다. 그물로 잡은 멸치는 압력으로 인해 몸이 굽어 있는 반면,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스트레스 없이 살아 들어오기 때문에 몸통이 반듯하고 육질이 단단합니다(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실제로 멸치쌈밥을 먹어본 분들 반응을 보면 처음엔 낯설어도 한 번 맛보면 고소함에 놀란다고 하더군요. 시래기 위에 멸치를 얹고 마늘 장아찌까지 싸 먹는 방식은 남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조합입니다.
- 보리암: 해발 681m 금산 위치, 태조 이성계 기도처로 알려진 천년 고찰
- 죽방멸치: 죽방렴 전통 어구로 잡아 몸통이 반듯하고 풍미가 진한 남해 대표 특산물
- 멸치쌈밥: 시래기·마늘 장아찌·죽방멸치를 밥에 싸 먹는 남해식 향토 음식
- 전복죽: 전복 내장을 풀어 고소하게 끓인 죽으로, 현지에서 먹을수록 차이가 나는 메뉴
- 돌창고 문화공간: 양곡 창고를 리모델링한 복합 문화 공간, 카페·전시·스튜디오 운영
소도시 여행이 남긴 것 — 제가 느낀 남해의 온도
남해 여행 영상을 보면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장면은 박원숙 선생님이 운영하는 카페 공간이었습니다. 18년째 남해에 자리를 잡고, 뜰을 직접 가꾸고, 집을 손수 짓고, 그림을 그려 벽에 걸어둔 공간. 그냥 관광지 카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쌓인 장소였습니다. 그 공간에서 어떤 조언이 오갔는지를 듣다 보니,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 "수십 년을 조연으로 살아온 이력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정작 본인은 모를 수 있다"는 말이 특히 그랬습니다. 긴 시간을 한 일에 쏟아온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익숙해지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비단 배우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강마켓과 돌창고 문화공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앵강마켓은 남해의 지역 특산물인 다시마, 죽방멸치, 유자 등을 활용한 제품들을 감각적으로 패키징해 판매하는 로컬 마켓입니다. 여기서 로컬 마켓이란 지역 생산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판매까지 담당하는 소규모 직거래 장터를 말하는데, 대형 유통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산지 특유의 개성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브레드멜이라는 빵 브랜드는 멸치 모양 빵으로 브랜딩한 것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지역 식재료를 이렇게 구체적인 콘셉트로 풀어내면 관광객 입장에서도 선물로 사가고 싶어지더군요. 제가 직접 가봤더라면 분명 한 세트 사왔을 것 같습니다.
흑백다방은 책을 사 모으던 북 러버(book lover)가 자신의 컬렉션을 꺼내 팔기 시작한 서점입니다. 단순히 헌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각 책마다 언제 샀는지, 왜 샀는지를 손글씨로 써붙여 놓는 큐레이션 방식을 택했습니다. 여기서 큐레이션이란 단순 진열이 아니라 맥락과 이야기를 덧붙여 선별·배치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런 방식의 공간을 만드는 사람이 남해 같은 소도시에 있다는 사실이, 이 지역을 단순 관광지 이상으로 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남해를 떠올리면 바다와 산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공간 하나하나에 사람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곳이더군요. 제가 바다를 좋아해서 여행지를 고를 때 전망 좋은 숙소나 해안 경치를 먼저 찾는 편인데, 이번에 보고 나서는 남해는 그냥 바다만 보러 가면 아깝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 좋은 풍경과 공간 이야기 흐름이 건강기능식품 소개 장면에서 한 번 뚝 끊겼다는 것입니다. 제품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호흡과 어울리지 않는 타이밍이었습니다. 오메가3의 RTG(재에스테르화 트리글리세리드) 형태라는 설명도 나왔는데, RTG 형태란 오메가3 지방산이 체내에서 더 잘 흡수되도록 구조를 최적화한 정제 방식을 뜻합니다. 건강 정보 자체는 유용하지만, 여행 콘텐츠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이는 편집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남해 보리암, 체력이 약해도 올라갈 수 있을까요?
A. 금산 정상 부근까지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가파른 구간이 있습니다. 왕복 후 다리에 상당한 피로가 오는 코스이기 때문에, 무릎이나 체력에 부담이 있다면 케이블카 또는 차량 접근 가능한 코스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기가 맑고 경치는 분명히 올라간 보람이 있는 곳입니다.
Q. 죽방멸치가 일반 멸치랑 뭐가 다른 건가요?
A. 죽방멸치는 대나무 발로 만든 전통 어구인 죽방렴으로 잡기 때문에 그물 압력 없이 살아서 올라옵니다. 그 결과 몸통이 반듯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풍미가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어망 멸치와 비교하면 외형부터 차이가 납니다.
Q. 서울에서 남해까지 이동 시간이 너무 긴데, 1박 2일로도 충분한가요?
A. 비교적 여유가 없는 일정이기는 합니다. 보리암, 앵강마켓, 돌창고 문화공간, 멸치쌈밥과 전복죽까지 둘러보려면 최소 2박 3일이 편합니다. 이동 시간 자체가 4시간 반 이상이어서 1박으로는 이동에 체력을 많이 씁니다.
Q. 남해 멸치쌈밥, 처음 먹는 사람도 거부감이 없을까요?
A. 처음엔 낯설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큰 멸치를 통째로 밥에 싸 먹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데, 시래기와 마늘 장아찌가 함께 들어가면서 생각보다 고소하고 담백합니다. 한 쌈 먹어보면 금방 맛이 납니다.
Q. 앵강마켓은 상설 운영인가요, 특정 날짜에만 여나요?
A. 앵강마켓은 남해 지역 특산물을 상시 판매하는 로컬 숍 형태로 운영되는 공간입니다. 다만 운영 시간이나 휴무는 방문 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지역 마켓 특성상 공휴일이나 비수기에 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론
제가 여행지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풍경과 음식입니다. 남해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면서도,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간과 사람의 이야기까지 얹혀 있는 곳이라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보리암에서 다도해를 내려다보는 경험, 죽방멸치 특유의 고소한 풍미, 돌창고가 문화공간으로 바뀐 장면들 — 어느 하나 억지로 꾸며진 게 없습니다.
다음에 가족과 함께 남해를 간다면 2박 이상을 잡을 생각입니다. 이동 시간이 긴 만큼 도착해서 바로 서두르는 여행보다는, 숙소 테라스에서 바다 보면서 아침을 시작하는 일정을 짜고 싶습니다. 제 경험상 소도시 여행은 일정이 빡빡할수록 오히려 아무것도 못 보고 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남해는 느리게 걸을수록 더 많이 보이는 곳입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서천갯벌
- 스카이피크닉
- 수리산랜드찜질방
- 엄마생일여행
- 산다이페스티벌
- 용마루2공원
- 군포당일치기
- 어울링자전거
- 대전롤케이크
- 헤이본호텔
- 여수여행
- 송지호바다하늘길
- 동해안자전거
- 해상인도교
- 김제관광
- 섬트레킹
- 농촌관광벨트
- 고군산섬잇길
- 가족여행
- 아리랑센터
- 광명관광
- 한컴그룹연수원
- 당일치기여행
- 전북여행
- 불꽃크루즈
- 국내소도시여행
- 한화퐁피두센터
- 캣플헤븐
- 한국식정원
- 1박2일여행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
| 4 | 5 | 6 | 7 | 8 | 9 | 10 |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