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가족 여행지를 고를 때마다 늘 비슷한 곳만 맴돌다가, 이번에는 좀 낯선 곳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곳이 경북 영주였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거기 뭐가 있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막상 알아보니 천년 사찰부터 조선 시대 서원, 물 위에 뜬 듯한 마을까지 이야기 깊은 곳들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부석사, 무섬마을, 용마루2공원을 중심으로 제가 인상 깊었던 포인트를 정리해 봤습니다.
부석사 — 계단을 오를수록 깊어지는 천년의 결
오르막이 있는 사찰이라고 하면 괜히 망설여지기 마련입니다. 저도 처음엔 부모님과 함께 걷기에 무리가 없을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걸어보면 길 자체가 여유롭게 설계되어 있어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오르다 보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인 676년에 의상대사가 왕명을 받아 창건한 사찰로, 올해로 1,3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약 300m 구간 양쪽에는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데, 가을이면 노란 은행나무 터널이 만들어집니다. 제가 직접 가본 것은 아니지만, 단풍철에 맞춰 방문하면 사찰의 고즈넉함과 가을빛이 겹쳐지는 풍경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됩니다.
경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무량수전입니다. 무량수전은 고려 시대에 지어진 목조 건축물로, 현재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배흘림기둥이라는 건축 용어가 등장하는데, 배흘림기둥이란 기둥 가운데가 볼록하게 굵고 위아래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를 말합니다.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어 당시 건축 기술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요소로 꼽힙니다. 기둥 위에만 공포를 올리는 주심포 양식 또한 고려 시대 목조 건축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주심포 양식이란 지붕의 하중을 기둥 위에 집중시켜 구조를 간결하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화려함보다 구조적 안정을 택한 고려 건축의 미학을 잘 보여줍니다.
무량수전 앞 석등도 놓쳐선 안 됩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제작된 이 석등 역시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버텨온 완성도가 가까이서 보면 더욱 실감납니다. 부석사라는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무량수전 서쪽에 있는 바위가 아래 바위와 붙지 않고 떠 있는 것처럼 보여 '뜰 부(浮), 돌 석(石)'을 써서 부석사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름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 주차: 입구 공영주차장 이용, 주변 식당가도 형성되어 있어 식사 후 관람 가능
- 무량수전·무량수전 앞 석등: 국보 지정, 고려~통일신라 시대 대표 문화재
- 범종각·안양루: 2022년 보물 지정, 조선 후기 누각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줌
- 가을 방문 시 은행나무 터널 감상 가능 (일주문~천왕문 300m 구간)
- 관광 안내소에서 문화관광해설 현장 신청 가능
무섬마을 — 외나무다리 하나가 마을의 시간을 붙잡았다
여행지를 고를 때 저는 '박물관 같은 곳'보다 '지금도 사람이 사는 곳'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 면에서 무섬마을은 제가 영주에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민속촌처럼 재현된 공간이 아니라, 수백 년 된 고택에 지금도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다른 곳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무섬마을은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을 크게 휘감아 도는 전형적인 물돌이 마을입니다. 물돌이 마을이란 하천이 마을 주위를 거의 둥글게 감아 흘러, 마치 섬처럼 고립된 지형을 이루는 마을을 말합니다. 마을이 물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고 해서 '물섬'이라 불리다가 지금의 무섬이 됐다고 합니다. 이런 지형적 특성 때문에 주민들은 마을 밖으로 나가기 위해 내성천을 건너야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외나무다리입니다.
폭이 한 사람 겨우 통과할 정도인 이 다리는 지금은 관광 명소가 됐지만,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들의 실제 생활 통로였습니다. 제가 직접 건너보지는 못했지만, 발 아래로 흐르는 내성천 물살이 꽤 빠르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살짝 스릴이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반드시 손을 잡고 건너야 할 정도로 좁고, 마주 오는 사람이 있을 때를 대비한 작은 비켜서는 공간이 중간중간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1666년에 지어진 만죽재가 나옵니다. 병자호란 이후 벼슬길을 포기하고 이곳에 정착한 박수가 지은 집으로, 무섬마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1730년대에 지어진 섬계고택 등 100년이 훌쩍 넘은 전통 가옥이 마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마을 안에서 시대와 형태가 조금씩 다른 전통 건축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 여전히 삶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묘한 감동을 줍니다.
참고로 무섬마을은 한국관광공사 공식 추천 여행지로도 선정된 바 있어 접근성 및 기본 편의시설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마을 초입 좌측 주차장은 공간이 넉넉지 않으니 주변 임시 주차장을 함께 확인하고 가는 것을 권합니다.
용마루2공원 — 수몰된 기억 위를 걷는 산책로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너무 힘든 트래킹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일정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용마루2공원은 그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입니다. 짧은 계단 구간도 있지만, 무장애길이 별도로 잘 조성되어 있어 편하게 걷기를 원하는 분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도 바로 이 점이었습니다. 이런 배려가 있는 공원이 영주에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용마루2공원은 영주댐 건설로 만들어진 영주호를 따라 조성된 산책 공원입니다. 영주댐은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에 건설된 다목적 댐으로 2009년 착공해 2016년 준공됐습니다. 댐이 생기면서 평은면 일대 마을과 농경지, 주민들의 통행로가 물에 잠겼고, 오랫동안 그 땅에 살아온 주민들은 터전을 떠나야 했습니다. 공원을 걸으면서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 그냥 예쁜 호수 산책과는 다른 감정이 생깁니다.
공원의 핵심 볼거리는 두 개의 다리입니다. 첫 번째 용미교는 길이 75m의 아치형 보행교로 2015년에 조성됐습니다. 바닥 곳곳에 투명 유리 구간이 설치되어 있어 걸으면서 발 아래 물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용두교는 길이 약 150m의 현수교입니다. 현수교란 양쪽 주탑에서 케이블을 늘어뜨려 다리 상판을 지탱하는 방식의 교량 구조물을 말합니다. 용두교의 주탑은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용미교에서 시작해 용두교로 끝나는 동선이 용의 꼬리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용두교를 건너 조금 더 걸어가면 옛 평은역에 도착합니다. 1941년에 개역한 중앙선 기차역으로, 2008년에는 드라마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주댐 건설로 기존 철도가 수몰 지역에 포함되면서 2013년 폐역됐고, 건물은 2016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 복원됐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수몰을 피해 옮겨온 역사(驛舍)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낡은 역 건물 하나가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공신력 있는 자료에 따르면 경상북도 문화관광 공식 사이트에서도 용마루2공원을 영주 대표 산책 명소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석사 입장료가 있나요? 주차는 어디에 하나요?
A. 부석사 관람은 문화재 구역 입장 시 소정의 입장료가 있으며, 입구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됩니다. 주차장 주변으로 식당가도 형성되어 있어 관람 전후 식사를 해결하기 좋습니다.
Q.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어린아이나 어르신도 건널 수 있나요?
A. 외나무다리는 폭이 한 사람 겨우 통과할 정도로 좁습니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반드시 손을 잡고 건너야 하며, 물살도 빠른 편이라 주의가 필요합니다. 어르신과 동행 시엔 마을 내 수도교를 이용하는 우회 경로도 있으니 미리 확인해 두시면 좋습니다.
Q. 소수서원은 입장료가 얼마이고, 어디까지 볼 수 있나요?
A. 성인 기준 입장료는 2,000원이며, 입장권 한 장으로 소수서원·소수박물관·선비촌을 모두 관람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역사적 맥락을 먼저 이해하고 싶다면 소수박물관을 먼저 들른 뒤 서원으로 이동하는 순서를 추천합니다.
Q. 용마루2공원은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다닐 수 있나요?
A. 네, 무장애길이 별도로 조성되어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로도 주요 구간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용두교 이후 영주호 안쪽 일부 구간은 경사가 있는 산길과 평탄한 주 경로로 나뉘므로, 평탄한 주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영주 여행, 하루에 이 장소들 다 돌 수 있나요?
A. 부석사·소수서원·무섬마을·용마루2공원을 하루에 모두 보려면 이동 시간을 포함해 꽤 빠듯합니다. 각 장소 간 차로 20~40분 정도 거리가 있고, 각 명소에서 최소 1~2시간은 잡아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당일치기보다 1박 2일 일정으로 여유 있게 나누는 편이 더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봅니다.
결론
영주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곳이었습니다. 부석사의 배흘림기둥 앞에 서서 천 년 전 장인의 손을 떠올리고, 무섬마을 외나무다리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실제 생활길이었다는 사실을 곱씹고, 용마루2공원에서 수몰된 마을의 이야기를 안고 걷는 것. 이 모든 경험이 한 도시 안에 담겨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가족 여행지를 찾는 분이라면 특히 부석사와 용마루2공원은 어르신과 아이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스로 추천할 만합니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그 특별한 경험 자체는 어디서도 쉽게 대체할 수 없습니다. 다음 경북 방문 때는 꼭 영주를 일정에 넣어볼 계획입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아리랑문학마을
- 송지호바다하늘길
- 해상인도교
- 청리움
- 여름실내여행
- 알바로시자
- 스카이피크닉
- 신지끼
- 당일치기여행
- 전북여행
- 농촌관광벨트
- 한컴그룹연수원
- 한국식정원
- 사유원
- 농촌체험휴양마을
- 산다이페스티벌
- 고군산섬잇길
- 김제관광
- 동해안자전거
- 횡성루지
- 서천갯벌
- 서울전망대
- 용마루2공원
- 가족여행
- 충청도명소
- 단양스카이워크
- 섬트레킹
- 아리랑센터
- 설악면
- 한화퐁피두센터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
| 4 | 5 | 6 | 7 | 8 | 9 | 10 |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